“마! 이게 부산이다!”

국내 선수가 아닌 외인 선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호물로는 2019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 경남FC와 경기에서 승격에 쐐기를 박는 득점을 터뜨린 뒤 중계 카메라를 향해 이 말을 외쳤다.

호물로는 K리그 ‘브라질 향우회’의 일원이지만 사실상 한국인과 다름없다. 국내 선수들과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장난칠 때엔 욕(?)도 잘한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온 외인 선수지만 한국과 부산을 너무 사랑하는 호물로는 이제 부산 아이파크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호물로는 지난 2017년 부산 유니폼을 입은 뒤 곧바로 팀을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했다. 부산의 공격은 호물로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타 선수였기에 팬들도 호물로에 열광했다. 하지만 시즌 말미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호물로는 2017년, 2018년 승강플레이오프를 경험했지만 모두 K리그1(상주 상무, FC서울)의 벽에 막혔다.

호물로는 항상 “부산은 이곳에 있어선 안 된다. 승격보다 중요한 건 없다.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이를 악물만큼 승격에 대한 열망이 컸다. 그래서 지난 2년이 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2019년 또 한 번의 승강플레이오프 경남FC전. 더 이상 아픔을 되풀이 할 수 없었던 호물로는 모든 걸 쏟아 부었다. 승격이 확정되는 순간 누구보다 기뻐하며 한국말로 “행복하다”는 호물로의 말에선 진심이 묻어나왔다.

부산은 네 번째, 호물로는 세 번째 도전 끝에 꿈에 그리던 K리그1 승격을 이뤄냈다. 그동안 흘린 눈물과 간절함은 승격의 밑거름이 됐고 본인이 직접 득점까지 터뜨리며 부산과 또 다른 역사를 썼다. 

사실 승격에 실패할 때마다 호물로는 부산을 떠날 수도 있었다. 매번 승격 실패에 대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기에 호물로 자신에게도 분명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끝까지 남아 부산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경남전이 끝난 뒤 “승강플레이오프 3년째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로 나타나지 않아 화가 났다. 항상 잠에 들기 전엔 언젠가 승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며 마음속에 부산과 함께 목표를 꼭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호물로는 승격에 대한 기쁨을 먼저 떠난 故조진호 감독에게 돌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경남전이 끝난 뒤 “이번 승리는 故조진호 감독님의 승리다. 마지막 경기를 이곳에서 치르셨다”라며 고인을 기억했다.

K리그2 최고의 외인 선수였던 호물로는 이제 본인 인생에 전환점이 될 K리그1 데뷔를 앞두고 있다. 조덕제 감독이 직접 “호물로는 내년에도 부산에서 뛴다”라고 언급한 만큼 팬들은 ‘명예 부산 시민’ 호물로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최근에 호물로가 팬들을 향해 “인사 똑바로 해라”라며 한국어로 핀잔을 주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호물로의 반응에 팬들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문화를 뼛속까지 습득하고 자신의 딸 마누엘라를 “귀여운 한국 딸”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호물로는 한국과 부산을 사랑하고 있었다.

많은 팬들은 아직도 경남전 당시 호물로가 외쳤던 “마! 이게 부산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국내 선수도 아닌 지구 반대편에서 온 브라질 선수가 중계 카메라를 향해 한국말로 부산 사투리를 외친다니 놀랄 법도 하다. 호물로는 팬들이 지어준 ‘최물로’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부산 사투리까지 구사할 정도면 더욱더 ‘한국스러운’ 이름을 선물해줘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