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부산 아이파크의 승격을 이끈 조덕제 감독에게 2019시즌은 정말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부산은 K리그2 우승으로 다이렉트 승격을 노리려고 했지만 광주FC가 멀찍이 달아나는 바람에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했다. 지난 몇 차례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도 고배를 마신 부산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간절함으로 어려운 시기를 버텨낸 부산엔 또 한 번의 실패는 없었다. 플레이오프에서 FC안양에 1-0 승리를 거둔 부산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경남FC에 합계 2-0 승리를 기록하며 꿈만 같은 승격을 이뤄냈다. 조덕제 감독은 자신이 강등시킨 팀을 다시 승격시킨 진기록을 세웠다. 그래서 더욱 만감이 교차했다.

조덕제 감독은 “사실 수원FC보다 지금 부산을 맡는 게 더 힘들었다. 부산 지휘봉을 잡고 나서 부담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다”라고 털어놨다. 부산이 항상 유력한 승격 후보였기 때문일까. 조덕제 감독은 “수원은 당연히 승격한다고 여겨지는 팀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경기를 즐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산은 매년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하고 선수 구성도 좋았다”라고 밝혔다.

호물로, 이정협 등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은 이미 몇 차례 승격 좌절을 경험한 바 있다. 이들을 다독여야 할 조덕제 감독은 마음고생이 더 심했다. 조덕제 감독은 “지도자가 심적으로 더 힘들다. 선수들을 컨트롤하면서 경기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기고 승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매 경기 있었다”라고 언급했다.

부산은 2019시즌 시작 전부터 K리그2 우승을 목표로 시즌에 돌입했다. 그런데 광주의 저력이 강했다. 부산이 쫓아가면 광주는 달아났다. 결국 광주가 우승을 차지하며 다이렉트 승격을 확정했고 부산은 다시 2위가 됐다. 조덕제 감독은 “2위로 결정되기 전까지는 승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2위가 확정되면서 그때부터 승강 플레이오프 준비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수원 시절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격한 경험이 있는 조덕제 감독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조덕제 감독은 “아무래도 내가 수원을 맡으면서 먼저 경험을 해보지 않았나. 그래서 준비하는 데엔 크게 문제가 없었다”라고 웃었다.

경험이 있는 조덕제 감독도 막상 경남과 승강 플레이오프 경기를 앞두고 걱정이 앞섰다. 아무리 경남이 시즌 내내 부진했다고 하지만 저력이 있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제리치와 이광선을 앞세운 높이는 매서웠다. 부산이 홈에서 0-0 무승부를 거두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하지만 조덕제 감독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홈 무실점이 득점보다 더 중요하다. 시즌 동안 실점이 많았기 때문에 수비에 신경을 썼다. 더 급한 쪽은 경남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원정 2차전에서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끝낸 부산은 후반전 호물로의 PK 득점이 터지면서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그제야 조덕제 감독도 안심할 수 있었다. “호물로 골이 나오면서 승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 상황에서는 우리가 두 골을 실점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꿈에 그리던 승격을 이뤄내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지난 2017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故조진호 감독의 한도 풀 수 있었다. 조덕제 감독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승격을 확정하는 순간 울컥하더라. 1년을 되돌아보면 정말 힘들었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승격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라고 강조했다.

승격의 기쁨도 잠깐, 곧바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조덕제 감독이다. 승격의 꿈을 이뤘지만 대비를 해야 K리그1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조덕제 감독은 “어차피 내년엔 모든 팀들이 우리와 경기를 하면 승점 3점을 챙기려고 할 것이다. 목표를 파이널A 진출로 세우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잔류를 바라봐야하는 게 우리다. 파이널B 상위권에서 시즌을 마감해도 성공적이지 않나 생각을 한다”라고 밝혔다.

부산은 강등 당하고 나서 엠블럼 위의 별을 모두 떼어냈다. 승격의 꿈을 이룬 지금, 다시 그 별을 붙여야 할 때가 왔다. 조덕제 감독 역시 웃으며 “이제 엠블럼 위에 별을 붙여도 될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다. 

K리그1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조덕제 감독이다. 자신이 강등시켰던 팀을 다시 K리그1로 이끈 조덕제 감독, 어쩌면 부산과는 함께 해야 하는 운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