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는 2015년을 절대 잊지 못한다. 당시 부산은 수원FC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0-1, 0-2) 모두 패배하며 기업 구단 최초의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4전 5기 끝에 2019년 12월 8일 부산은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FC를 2-0으로 격파하고 K리그1 승격을 확정 지었다.

사실 1차전 홈에서 0-0으로 무승부를 거둘 때까지만 하더라도 부산의 미래는 어두워 보였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좋지 않은 기억들이 떠올랐기에 부산 팬들과 선수들에게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더욱이 경남이 시즌 내내 부진을 거듭했다고는 하나 홈에서만큼은 쉽게 패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걱정은 커져만 갔다.

경남은 ‘낙동강 폭격기’ 제리치와 쿠니모토 등을 앞세워 부산을 강하게 몰아쳤다. 하지만 간절함을 안고 뛴 부산 선수들은 쉽게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잘 버틴 부산은 후반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조덕제 감독의 디에고 카드는 적중했다. 디에고는 측면을 헤집었고 후반 27분 이재명의 핸드볼 파울을 유도했다. 키커로 나선 호물로는 완벽하게 이범수 골키퍼를 속이고 득점을 기록했다.

급해진 경남은 수비수 이광선을 최전방에 세우고 고경민을 빼고 곽태휘를 들여보내는 등 전술 변화를 줬다. 하지만 수신야르가 버틴 부산의 수비진은 견고했다. 결국 부산은 후반 추가시간에 노보트니가 깔끔한 헤더로 쐐기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선수단, 팬 할 것 없이 모두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정협은 아예 그라운드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다. 강등 후 매번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기에 누구보다 승격이 간절했던 부산이었다.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오! 최강부산!”을 외치며 기쁨을 선수들과 함께 나눴다.

승격이 확정된 순간 부산 선수들과 조덕제 감독, 그리고 팬들이 함께 떠올린 이는 故조진호 감독이었다. 조진호 감독은 지난 2017년 10월 급성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부산은 먼저 떠나간 조진호 감독에게 ‘승격’이라는 선물을 주고자 했지만 세 번의 도전 끝에 이룰 수 있게 됐다.

조덕제 감독은 “조진호 감독에게 위안이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고 호물로는 “오늘 승리는 조진호 감독님의 승리다”라며 고인을 기억했다. 특히 이정협은 “돌아가시기 전에 치른 마지막 경기에 징계로 나서지 못했다. 그래서 늘 죄송했다”라며 울먹였다.

그동안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고 좌절을 맛보기도 했지만 부산은 하나가 되어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조진호 감독의 한까지 풀었으니 부산의 승격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