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과의 개막전에서도 흐름은 좋았다. 선제골과 추가골을 넣으며 2대0으로 리드한 부산이었지만 마무리에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후반에 순식간에 2골을 내주며 윤성효 호의 시즌 첫 승은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다. 이후 경남과의 원정 경기에서 부산은 또 한 번 패배를 당하며 시즌 초반 우려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이어진 홈 경기에서 부산은 대어를 잡으며 반전의 흐름을 잡았다. 바로 ‘성효부적’의 등장이었다. 수원 시절부터 서울에 강했던 윤 감독은 부산에서도 강적 서울을 잡으며 부산에서 리그 첫 승을 따냈다. 서울을 잡자 이후 부산은 놀라운 상승세를 탔다. ‘성효부적’의 효험때문일까? 이후 펼쳐진 경기에서 제주전을 제외한 7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하며 순위를 끌어올렸다. 하위권에 있던 순위가 7위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후 부산은 상위 스플릿과 하위 스플릿을 결정짓는 9월 1일까지 연패도 연승도 없이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며 리그 일정을 소화해갔다.
그런 와중에 부산은 징크스 브레이커의 모습을 보였다. 대구 월드컵 경기장이 개장된 이래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대구 원정에서 올 시즌 첫 승을 거뒀고 또한 FA컵 8강에서는 9년을 괴롭혔던 서울 원정에서 승리하며 그동안의 한을 날려버렸다.
올 시즌 많은 감동을 연출했던 부산이지만 그중에서도 9월 1일 이순만큼의 임팩트 있는 장면은 없었을 것이다. 부산팬, 아니 축구팬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부산은 업치락 뒤치락하며 5월부터 8월까지 꾸준히 7위 자리를 유지했다. 7위 자리의 의미는 꽤나 컸다. 7위 이상을 기록할 경우 1~7위끼리 우승과 ACL 진출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위리그로 갈 수 있지만, 8위 이하로 떨어질 경우 8~14위 팀끼리 강등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ACL 진출권인 리그 4위권과 불과 승점 6점 차에 불과했던 부산은 상위리그에만 진출하면 ACL 진출도 노려봄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리그 8위 성남과 9위 제주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성남과는 승점이 동률, 제주와도 승점 차가 1점에 불과했다. 결국 9월 1일 부산과 포항의 경기에서 상위리그 진출 여부가 결정 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포항은 무패 기록을 이어가며 리그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힘든 승부가 예상됐다.
반면 리그 8위의 성남은 경남과의 승부를 앞두고 있었다. 부산과 성남의 순위 차는 단 골득실 1점 차에 불과했다. 골득실에서 단 한 점을 앞선 부산이었다. 상대적 전력이 떨어지는 경남에게 성남이 다득점으로 승리하면 1위 포항을 상대하는 부산은 무조건 하위 리그로 떨어질 상황이었다.
그리고 전 구장 동시에 시작된 시합에서 첫 골이 나왔다. 시작 30초 만에 성남이 득점에 성공한 것이었다. 부산은 이 순간 리그 8위로 내려앉았다. 주위에서는 성남의 대량 득점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전반 43분 한지호가 멋진 다이렉트 슈팅으로 골을 기록했다. 다시 부산이 7위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직 후반이 남아 있었다. 성남의 다득점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성남이 추가골을 올리지 못했지만 부산 역시 안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후반 중반부터 포항의 공세가 매서워졌다. 수차례의 실점 위기를 부산 이범영의 선방으로 막으며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일이 터졌다. 후반 40분 김은중에게 골을 내주고 만 것. 일순간 부산 팬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부산은 총력전을 펼쳤지만 포항 신화용의 선방에 번번이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성남의 상위리그 진출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추가 시간은 5분이 주어지고 심판은 서서히 시계를 살필 때쯤 올 시즌 최고로 기억될 일이 벌어졌다. 포항의 공세를 막아낸 박용호가 경기장 80미터를 전력질주 하며 상대팀 골문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임상협의 크로스를 받아 올 시즌 가장 값진 본인의 리그 첫 골을 만들어 냈다. 부산 팬 모두를 감동의 눈물 바다로 만들어낸 순간이자 부산이 2년 연속 상위리그에 진출하는 성과를 만든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