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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자의 속보이는 돈벌이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1-07-06 / 조회 : 1728
[류상옥의 축구 경제학] 페루자의 속보이는 돈벌이
세리에 A에는 AC 밀란이나 유벤투스처럼 선수 한명을 데려오면서 한국돈으로 환산조차 쉽지 않은 거금을 쏟아붓는 구단만 있는 게 아니다. 선수팔아 운영자금을 간신히 메우는 구단도 상당수다.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구단과 달리 2부리그인 세리에 B를 전전하다 세리에 A로 격상된 가난한 구단은 한시즌을 버텨내기도 벅차다.
안정환(25)이 몸담았던 페루자도 그렇다. 유일한 돈줄은 구단주인 가우치 가문이 운영하는 스포츠브랜드 '갈렉스(GALEX)'. 지난 94년 페루자 구단을 인수한 가우치는 이듬해 갈렉스를 창업해 선수들에게 유니폼을 공급했다. 당시 세리에 B에 머물고 있던 페루자는 96년 세리에 A 무대를 다시 밟았고, 싸구려로 이미지가 박힐 뻔 했던 갈렉스도 덩달아 세상에 알려졌다.
유니폼과 우수 선수를 내다팔아 근근히 구단을 꾸려나가던 페루자가 대박을 터뜨린 것은 지난 98년 나카타를 영입하면서. 아시아권에서는 제법 소문난 선수였지만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그를 데려오는 일은 페루자로서도 모험이었다. 당시 페루자는 이적료로 100만달러 이상은 줄 수 없다고 버텼는데 나카타의 해외진출을 후원하던 일본 광고회사 덴츠가 이적료 차액 230만달러를 벨마레에 대신 지불해 그를 이탈리아로 보냈다. 그 때만 해도 나카타를 AS 로마로 넘기면서 페루자가 1700만달러란 거액을 쥘 줄은 아무도 몰랐다.
자체 브랜드까지 만들어가며 유니폼 장사에 여념이 없던 페루자에게 나카타는 '캐시카우(Cash Cow)'였다. 엔고 덕택에 외국만 나가면 돈쓸 곳을 찾지 못해 안달이던 일본 관광객들이 페루자로 몰려들더니 갈렉스 상표가 붙은 14만2800리라(약 8만5000원)짜리 나카타 유니폼을 동냈다. 페루자가 18개월 동안 팔아먹은 나카타 유니폼이 무려 20만장. 우리돈으로 치면 170억원어치다. 여기에 관광객들이 쓰고간 경비까지 합하면 나카타가 페루자 지역경제에 미친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탈리아 언론은 6일 AS 로마에서 파르마로 다시 옮긴 나카타의 경제효과가 매년 5000만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페루자도 지난해 7월 안정환을 영입하면서 이같은 효과를 기대했지만 오산이었다. 갈렉스측에 따르면 지난시즌 동안 팔려나간 안정환의 유니폼은 50장도 안됐단다. 또 밀물처럼 몰려올 것이라던 한국 관광객은 구경도 할 수 없었다. 페루자 시내의 갈렉스 매장에 안정환의 유니폼이 치워지고, 페루자 구단이 당초 약속과는 달리 이적료로 100만달러 이상은 안된다고 배짱을 부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안정환으로선 일본보다 훨씬 뒤처진 우리 경제를 원망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 watch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