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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감독 '스페인어 삼매경'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01-04-19 / 조회 : 905
김호곤감독 '스페인어 삼매경'
“라르고 센트로.”(길게 센터링해)
김호곤 부산 감독은 요즘 스페인어 배우기에 한창이다. 항상 양복의 오른쪽 호주머니에 쪽지를 넣고 다니면서 틈나는 대로 외우고 있다. 마치 영어를 갓 배우기 시작한 학생이 휴대용 단어장을 들고 다니는 것 같다.
김 감독이 뒤늦게 ‘향학열’(?)을 불태우는 이유는 ‘콜롬비아의 표범’ 하리(27) 때문. 하리는 부산의 유고 용병 마니치나 우르모브와는 달리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게다가 지난해 초 수원에 입단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하반기에 부산으로 이적한 터여서 주위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상태.
평소 그의 가능성을 읽어 둔 김 감독은 하리의 입단 초기부터 수시로 불러내 함께 식사를 하고 조언을 해주는 한편 하리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주된 내용은 그라운드에서 필요한 간단한 어휘와 격려의 말. 물론 욕은 전혀 없다.
18일 부천전에 앞서 김 감독은 하리를 불러 “오늘 경기가 아주 중요하니 열심히 하라”는 뜻의 다소 긴 문장을 힘들게 외워 말해줬다는 후문.
그래서인지 요즘 하리는 신바람을 내고 있다. 감독의 양해아래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그라운드를 휘저으면서 현란한 발재간과 경기 흐름을 꿰뚫는 플레이로 팀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아울러 감독의 스페인어 구사에 대한 보답차원에서 최근 부인과 함께 한국어 배우기를 시작했다고.
부산은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아디다스컵 4강 진출을 확정지었을 정도로 요즘 아주 잘 나간다. 그 같은 상승세의 저변엔 하리의 경우처럼 외국 선수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줄 아는 김 감독의 배려가 녹아 있음은 물론이다.
부산=최규일 기자 kichoi@daily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