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이파크 U-18팀 개성고등학교 박형주 감독은 2008년 부산 U-18팀(당시 동래고등학교) 초대 감독을 지냈다. 이후 포항스틸러스 U-18팀 포철공업고등학교를 거쳐 2011년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지도자가 아닌 행정가였다. 유소년 팀장으로 7년을 보낸 후 현장에 뛰어 들었다.
“지휘봉을 잡은 지 1년 8개월이 됐네요. 7년 동안 사무국에서 유소년 육성 행정 업무를 했어요. 행정은 말 그대로 행정이더라고요. 현장은 아이들과 직접 대면하고 지도하고, 성장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부분을 컨트롤 하거든요. 안과 밖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죠. 행정이 좋지 않다는 게 아니라, 각 위치에서 해야 할 일, 장단점이 뚜렷하죠. 학생 신분으로 본분을 다하면서 향후 프로가 되기까지 어떤 방향을 잡아줄지 고민하게 됐어요. 사실, 사무실에 있을 때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연구하는 것 같아요.”
부산은 오랜 시간 유소년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화수분, 믿고 쓰는 부산 유스,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박형주 감독이다. 현장은 물론 행정력까지 겸비한 지도자로 또 다른 이정협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이정협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이정협은 덕천중학교 2학년 재학 시절 박형주 감독 눈에 들었다. 박형주 감독이 동래고로 데려와 기본기를 다듬어주고, 움직임을 알려주고.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살을 입혔다.
박형주 감독은 겸손했다. 손사래를 치며 본인 덕이 아닌 좋은 지도자를 만난 것과 본인 노력이 지금의 이정협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정협이가 (이)정기(개명 전)였을 때였죠. 고등학교로 진학시켜 공격수가 갖춰야 할 공간 침투 타이밍, 수비를 끌어내는 움직임, 슈팅을 많이 연습했어요. 사실, 저보다 숭실대학교에 가서 윤성효 감독님 지도 아래 공격수로 눈을 떴죠.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측면도 있어요.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이 대표팀에 뽑아서 정말 잘 활용했죠. 축구라는 종목 특성상 팀에 희생하는 선수가 필요한데, 우리나라 공격수는 개인 욕심이 많아요. 물론 어느 정도 욕심은 있어야 되죠. 그런지만, 희생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죠. 정협이가 공격과 수비에서 희생하니 주변에서 기회가 나고 골도 들어가고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죠. 열정과 근성, 어느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요. 그렇게 지금의 이정협이 탄생했습니다.”
이정협의 성공 신화는 부산 유스의 신호탄이었다. 박형주 감독의 손을 거친 제자들이 프로에 속속 입성하고 있다. 2019년 기준 1군에 총 35명이 등록돼 있는데, 이 중 외국인 선수 4명을 제외한 31명이 국내 선수다. 17명이 유스 출신이다.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3학년인 권혁규가 조덕제 감독의 부름을 받고 K리그2 최초 준프로 계약을 맺는 등 10년 넘게 공들인 유소년 정책이 확실히 자리 잡았다.
"체계가 갖춰져 있으니 축구적 생활적으로 적응을 잘해요. 단계를 거친 아이들은 강압적인 환경에 있다가 온 아이들과 확실히 달라요. 자율 속에 본인의 것을 만들고 있죠. 다른 곳에서 온 아이들도 몇 달이 지나면 금세 적응해요. 이때 제가 늘 하는 말이 있어요. 항상 운동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고민하라고. 고민 안 하는 선수가 많이 하는 선수를 이길 수 있겠느냐고요.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확실한 신념이 생겼어요. 훈련장, 경기장에 나갈 때 자기발로 웃으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오늘은 어떤 운동일까 기대감이 생기고, 본인이 뭘 할지 생각하고 나가는 게 중요해요. 예전에는 억지로 끌려 나가고, 시키는 것만 하고. 이러니 틀에 갇히고 생각 못하는 선수에 머물고 말죠. 우리 아이들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박형주 감독의 이런 노력이 부산의 유스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하고 구단과 끊임없는 소통으로 인재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축구 스타일도 유연하다. 하나의 포지션, 전술을 주입하는 게 아닌 현대축구가 추구하는 다양성을 겸비한 자원으로 만든다. 오로지 성적을 내기 위함이 아닌 성장에 포커스를 둔다.
“제가 항상 아이들에게 말하는 건 생각하는 축구를 하자는 것이죠. 현실적으로 프로에 갈 숫자가 적기 때문에, 대학을 거친 후 다시 오죠. 강압적으로 훈련시키고, 산을 타게 하고. 그렇게 해봤자 ‘나를 못 찾으면’ 소용없어요. 스스로 답을 찾는 게 중요하죠. 외부에서 자꾸 간섭하면 정체성을 잃어요. 이런 부분에 관해 선수, 선수 부모님과 자주 소통해요. 항상 고민하고 생각 안 하면 뒤떨어져요. 발전하고 있다고 봐요. 성적을 내려고 해도 항상 좋을 수 없어요. 생각하는 축구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힘을 모으면 훨씬 좋은 팀이 된다는 게 드러나고 있어요.“
“저는 아이들이 더 많이 생각하고 경험(전술적)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역할이에요. 프로 산하 유스팀의 임무는 최대한 프로에 많이 보내는 거죠. 현장과 사무국을 오가면서 만든 유소년 정책들이 빛을 내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축구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장차 이 친구들이 부산 1군 베스트11중에 7~8명이 포함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4, 5년 후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경험하면서 답을 찾고, 생각하지 않는 팀보다는 확실히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 믿어요.”












































